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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살고 보자' 극복해야 … 그런 생각조차 사...
  
 작성자 : 허여사
작성일 : 2014-04-24     조회 : 3,161  

인문·사회학자 릴레이 인터뷰 ① 김홍중 서울대 교수
시스템 책임자 도망, 신뢰자 희생
저신뢰 국가 민낯 생중계된 셈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이고, 재발을 막는 근원적인 대책은 무엇일까. 인문·사회학자들에게 물었다. 첫 순서로 서울대 사회학과 김홍중(43·사진) 교수의 얘기를 들어봤다. 김 교수는 “건국 이래 가장 처참한 사건”이라며 “큰 도덕적 파장을 낳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비극의 참상을 실황중계 보듯 접할 수 있었던 것도 전례 없는 일이라고 했다. 고통스러운 허탈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김 교수는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동안 사회학 분야에서 주로 금기시하던 인간의 감정과 마음에 주목해 왔다. 미디어 현상을 통해 사회를 들여다보는 데도 관심이 많다.

 -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됐고, 재발을 막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사건의 원인과 해결책을 차분히 말하기에는 사건 자체가 너무 압도적이다. 건국 이래 가장 처참한 사건이 아닐까 싶다. 수백 명의 청소년이 속절없이 죽어가는 장면을 전 국민이 TV·SNS 등으로 거의 현장에서 지켜본 거나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 진도 팽목항에 나가 있었던 거다. 아이들은 고통스럽게 죽어가는데 4000만 국민은 발을 동동 구르며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런 사건을 두고 냉정한 분석을 못하겠다. 너무 충격적인 일이어서…. 그런 걸 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 그럼 좀 구체적으로 묻겠다. 선장의 직업윤리 부재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선장 한 명을 일반화해서 우리 사회 전체를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선장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어쩌면 선장의 정신세계는 문학만이 이해할 수 있는 영역으로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접근하지 않고는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 선장의 그런 행동을 낳은 사회의 책임은 없나.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는 자발적인 윤리의식을 갖추지 못했다. 성공한 사람들의 도덕적 정당성이 이견 없이 인정받은 적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인간의 생명이나 안전을 다루는 영역에서 반드시 요청되는 엄중한 책임의식에 대해 깊은 고민이 없었다. 세월호 사건은 큰 도덕적 파장을 낳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저신뢰 국가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제 누구를 믿겠나. 불신의 상처가 덧났다는 생각이 든다.”

 - 한국은 저신뢰 사회인가.

 “한 사회의 신뢰도는 일종의 사회자본이다. 사람들이 행복하고 사람답게 사는 데 필요한 능력이나 정서적 가능성 전체를 말한다. 사람과의 만남이 얼마나 즐거운지, 상대를 얼마나 믿는지, 이런 것들을 따져보면 한국은 사회자본이 무척 허약한 나라다. 서로 믿지 못하고 각자도생(各自圖生·제각기 살아갈 방법을 도모) 식으로 산다는 점이 이번에 너무나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배에 머무르라는 말을 들은 아이들, 즉 시스템을 신뢰한 사람은 죽고, 시스템을 운영하는 책임자들은 허겁지겁 달아났다. 아이들은 시스템을 믿고 따르도록 교육시켜 놓고서 정작 기성세대는 신뢰를 저버렸다. 사회적인 것, 사회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파괴된 거고, 그 파괴 장면을 모든 국민이 미디어로 학습한 거다.”

 - 한국의 사회자본이 허약한 이유는.

 “19세기 말부터 오늘날까지 우리가 겪어온 역사의 체험에 답이 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우리가 국가나 민족을 바로 세우려는 ‘네이션 빌딩’ 과정을 되돌아 보라. 왕조와 나라가 망했고, 식민지배에 이어 한국전쟁이 벌어졌다. 1960∼70년대 근대화가 시작됐지만 사회적으로 억압됐다. 워낙 급박한 삶을 살다 보니 큰 어려움을 만나면 신뢰보다는 우선 내가 살고 보자는 생각이 삶의 지혜가 되어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살 만한 사회로 만들 것이냐 하는 커다란 문제가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셈인데 지금은 그런 생각 자체가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중앙일보/신준봉 기자/2014.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