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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확실성의 시대
  
 작성자 : 허여사
작성일 : 2014-08-31     조회 : 1,603  

    미국의 증시 S&P 500 지수가 드디어 2000선을 넘나들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붐’ 때에도,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직전의 초대형 거품경제 당시에도 1600을 넘지 못했던 지수가 2013년 3월에 2007년의 정점을 초과하더니만, 이제 전인미답의 경지를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주가지수만 보면 미국 건국 이래 최고의 호황이지만 미국민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우선 ‘보통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경기가 회복했다고 하지만 임금은 정체되어 있고, 제대로 된 일자리가 안 만들어져 많은 사람이 할 수 없이 시간제로 일을 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주택가격도 아직 금융위기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전 같으면 주가가 지금 정도 상승하면 ‘지식경제의 도래’니 ‘대안정(Great Moderation)’이니 하면서 왜 주가가 이렇게 높을 수밖에 없고 왜 앞으로도 더 올라갈 것인가를 설명하는 담론들이 꼭 나왔는데, 이번에는 그런 이야기들이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에 돈을 부어 넣고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실물경제의 회복이 현재의 주가를 뒷받침할 만큼 건실하지 않고, 따라서 지금 주가는 언제든지 다시 내려갈 수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내부 문제이든 외부 충격이든 어떤 계기가 있으면 미국 경제가 다시 후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자 현재 독일이 주도하는 긴축재정 정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는 몽트부르 경제장관 등 일부 집권 사회당의 장관들이 현 정부의 긴축 정책에 공개적으로 비판을 하고 나왔고, 그렇게 되자 올랑드 대통령이 그들을 내각에서 축출하고 전격 개각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긴축 정책에 불만을 가진 것은 몽트부르 같은 좌파들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유럽 중앙은행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마저도 최근에 유럽 중앙은행이 양적 팽창을 더 해야 할 뿐만이 아니라 유럽 정부들이 재정 확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일단은 긴축 정책이 지속될 전망이지만 유럽 경제가 계속 악화되면 그에 대한 갈등이 첨예화될 것이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일단은 긴축 반대파의 퇴각으로 사태가 일단락 지어졌지만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이 말하기도 창피한 17%임을 고려할 때 경제가 계속 회복을 못할 경우에는 사회당 내의 반대파가 득세할 수도 있고, 재정 확대와 더불어 이민 금지와 유로 탈퇴를 주장하는 극우파 국민전선도 세력을 더 확장할 것이다. 그렇게 되어 프랑스가 반긴축 노선으로 선회하게 되면 EU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간의 충돌이 일어나 유럽 경제는 혼돈에 빠질 것이다.



 세계 경제의 전망을 불확실하게 하는 것은 미국과 유럽 경제의 부진뿐이 아니다. 지금 세계 도처에 정치적 갈등이 고조되어 그것이 예측하기 힘든 불안요소들이 되고 있다.



 우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분쟁이 격화되면서 EU와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여러 가지 제재를 가하면서 압박하고 있는데 이것이 세계 경제, 특히 유럽 경제에 미칠 영향이 걱정된다. 독일 등 유럽의 많은 나라가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영국 등 일부 나라는 러시아에서 흘러 들어오는 금융 투자를 무시할 수 없는데 더 이상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되었다가는 유럽이 금융, 그리고 무엇보다도 에너지 문제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중동은 항상 시끄러운 지역이지만 현재 상황은 전례 없이 혼란스럽다. 시리아와 리비아는 내전이 계속되고 있고, 이라크와 시리아에 등장한 극단주의 이슬람 무장세력 아이시스는 계속 세력을 확장하여 ‘3차 이라크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가까스로 휴전을 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전쟁도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른다. 중동 지역이 혼란스러워져 석유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세계 경제에 타격이 크다.



 현재 세계 경제는 언제 어떤 경제적 혹은 정치적 사건을 계기로 문제를 겪게 될지 알 수 없는 극도로 불확실한 상태다. 2008년 위기 이후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근본적인 개혁 없이 기존 금융체제를 유지하면서 양적 팽창을 통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해 실물경제의 근본적인 회복 없이 억지로 경제를 지탱해 온 결과다.

 

 

장하준/케임브리지대 교수·경제학/중앙일보/2014.8.28.